강문규 전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이 섶섬이 보이는 자구리해안에서 서귀포의 물에 대한 역사와 함께 이중섭 화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강경민 작가
[한라일보] '물의 도시 서귀포'를 탐방하는 행렬은 원도심의 역사·문화를 탐하며 옛 수로길을 따라 흘러들어 고였다, 다시 흐르기를 반복하며 물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안녕, 물'의 주제로 한 제주환경문화원의 제주 물 교육의 첫 행사가 20일 서귀진성~이중섭거리 구간에서 이뤄졌다. 행사에는 주최 측인 제주연구원 제주지하수연구센터(센터장 박원배) 관계자를 비롯해 남주고 유강호 교사와 학생 10명, 서귀포시민 등 30여명이 참가해 옛 수로길을 걸으며 도심 속 인공수로 조성을 통한 서귀포시의 변화상을 듣고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탐방은 서귀진성 터를 출발해 자구리~소남머리~정방폭포 상류인 서복전시관 및 옛 전분공장~수로의 시작점인 정모시~물통동산~단추·전분공장~이중섭거리 구간에서 이뤄졌다.
강사로 나선 강문규 전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은 초등학교 등 유년시절의 경험과 함께 인공수로길에 대한 역사를 곁들이며 탐방행렬을 이끌었다.
정방폭포로 흘러가는 서복전시관 구간의 정방천을 건너는 일행들.
강 전 소장은 "서귀포는 서귀진 축성시기였던 430여년전, 인공수로를 통한 물의 개척과 이용을 통해 발전한 독특한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며 "수로는 옛 서귀포의 거점인 진성은 물론 서귀포의 취락 형성과 산업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정방천 상류의 물을 진성 쪽으로 물길을 낸 수로를 통해 생활·농업용수를 확보할 수 있게끔해 지금의 송산동과 정방동 등 서귀포의 주거 중심을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전분공장, 단추공장, 신사라공장 등을 활발하게 운영을 가능토록 공업용수로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원도심을 형성케 한 옛 물길은 1960년대까지 400년간 원형을 유지하며 사철 흘렀으나 난개발과 산업발전, 그리고 환경에 관한 무지와 무관심에 물길은 역사속에 묻혀 버렸다"며 "현재 정모시공원 진입도로 밑에 묻힌 폭 2m가량의 물길 300m정도를 복원한다면 진정한 물의 도시 서귀포로 탈바꿈하는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길 탐방에 나선 김수완(남주고 2)군은 "옛 물길을 따라 걸으며 서귀포의 역사를 더욱 깊게 알게 됐다"며 "또한 저희 학교인 남주고 등 남주학원을 설립한 남주 강성익 선생님이 단추·전분공장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교육발전에 기여했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고 했다.
430여년전 개발한 서귀포시의 물 역사인 인공수로를 탐방에 앞서 출발을 알리는 탐방객들이 서귀진성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강시영 제주환경문화원장은 "문화도시 서귀포시가 앞으로는 물의 도시 서귀포시로도 거듭날 수 있도록 시민과 행정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이번 제주 물 교육을 통해 그 관심이 증폭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환경문화원은 ▷9월17일 이광준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장의 '서귀포 물맞이 문화이야기' ▷10월15일 이은숙 어린이체험 프로그램 강사의 '안녕, 물(물의 순환구조 이야기)' ▷10월29일 고광민 서민생활사 연구자의 '북토크-제주 생활 속 물 이야기' ▷11월12일 이석창 자연제주 대표의 '기후변화와 제주 식물이야기' ▷11월19일 강시영 제주환경문화원장의 '물의도시 서귀포를 구상하다'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