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 주인이 도난 과정에서 피의자들이 버리고 간 묘목을 다시 심어 돌보고 있다.
[한라일보] "세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보름 전에 1본당 2만원씩을 주고 구입한 유라조생 300본이 밤새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감귤을 훔쳐갔다는 말을 들어봤지만 이처럼 심은 감귤 묘목을 훔쳐가는 것은 80평생 처음 겪는 일입니다."
27일 서귀포시 서홍동 소재 과수원에서 만난 80대·70대 노부부는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묘목이 심어졌던 빈 자리를 바라볼 뿐이다. 도로변에 과수원이 위치해 있어 밤 시간대에 차량을 이용해 묘목을 훔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도난 현장은 군데군데 묘목이 심어졌던 자리에 흙이 움푹 패어 있었고, 뽑은 후 버리고 간 묘목을 이들 부부가 한데 모아 심어 놓은 모습이 목격됐다.
이들은 최근 3000만원을 들여 중장비와 인력을 동원, 30년생 감귤나무를 모두 뽑아 밭을 정리한 후 2년생 유라조생 450본을 구매해 심었다. 매일 밭으로 출·퇴근했고 사건 전날인 지난 24일까지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25일 사건 당일에 이들은 집안일로 하루 밭을 가지 않았는데, 이 시점에 묘목 300본이 사라졌다.
밭 주인이 감귤 묘목 도난 현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피의자들은 잘 자란 묘목만 골라 훔치는 대범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 A씨는 "3300㎡(1000평)에 품종이 좋다고 소개받은 유라조생 묘목을 구입해 심었는데, (도둑들이)밭을 돌아다니면서 잘 자란 좋은 묘목만 골라서 훔쳐갔으니, 감귤 묘목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가 틀림없다"며 "내 인생에 마지막 농사가 될 텐데 암담해 잠도 오지 않고 눈물만 난다"고 했다. 이어 "인근 도로에 CCTV가 거의 없다는 점과 과수원 바로 옆에 주택 1곳이 있는데 마침 집주인이 없을 때 도난사건이 일어난 점 등으로 미뤄보아 사전에 절도 계획을 철저하게 준비를 한 것 같다"고 했다.
부인 B씨는 "묘목이 제대로 자라려면 4월이 오기 전에 다시 묘목을 구입해 심어야 한다"며 "어찌 심어놓은 묘목을 훔쳐갈 수 있는지 아직도 도난현장을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다"고 했다.
도난 신고를 접수한 서귀포경찰서는 지난 26일 현장조사와 함께 인근 CCTV 등을 확인하는 등 범인 검거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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