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보다 몸으로 배울 기회 주세요" [가치육아]

"스마트폰보다 몸으로 배울 기회 주세요" [가치육아]
[연속기획/ 가치육아 - 이럴 땐]
(28) 영유아기 미디어 노출 (상)
이른 시기에 자주 노출되면
시기에 맞는 발달 가로막아
스마트폰 등 지나친 사용은
몸 감각으로 탐색 기회 뺏어
  • 입력 : 2024. 01.25(목) 13:18  수정 : 2024. 01. 28(일) 09:32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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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기에 스마트폰, 텔레비전 등 미디어에 자주 노출될수록 그 시기에 맞는 발달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라일보] 요즘엔 어딜 가나 스마트폰을 보는 어린아이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너무 당연해져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지 않기도 한데요. 전문가들은 영유아기에 스마트폰, 텔레비전 등 미디어 노출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가치육아 - 이럴 땐'은 2회에 걸쳐 이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질문. 영유아기 스마트폰 사용, 괜찮을까요?

=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들의 미디어 노출은 늦으면 늦을수록 좋습니다. 스마트폰, 텔레비전 등에 일찍, 자주 노출될수록 그 시기에 맞는 발달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호기심을 가지는 존재입니다. 자신에게 뭔가 주어지면 그걸 통해 스스로 터득해 나가는 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환경이 스마트폰이면 그것을 따라가게 됩니다. 이는 지나치게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미디어보다 오감으로 배워야

스마트폰은 아이들에게 오감을 사용할 필요가 없게 합니다. 단지 앉아서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큰 자극을 얻고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이는 몸으로 배울 수 있는 시기를 놓치게 합니다. 영유아기는 몸 감각으로 세상에 적응하며 알아가는 시기인데, 오감을 사용하며 만지고 맛보고 보고 듣고 경험하며 스스로 탐색하는 기회가 가로막히는 것이지요.

미디어를 통한 영상에 이르게 노출된 아이는 현실과 가상을 혼동하기도 합니다. 미디어에서 봤던 것이 실제로 이뤄질 거라고 생각하는, 상상 속에 있기도 하고요. 저 멀리에 있는 컵이 저절로 나에게 올 것 같다거나 손만 딱 뻗어도 물건이 휙 날아갈 것 같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다 보면 행동이 공격적이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봐주길 바라는 것인데, 과격한 행동은 제재를 받기 쉽습니다. 영유아기는 성취감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는 시기이기도 한데, 그런 기회를 잃을 수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미디어 노출은 언어, 사회성 발달 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아이.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나친 미디어 노출, 끊기 어려워

아이가 자라면서 차이는 더 커집니다. 스마트폰 등을 거의 접하지 않은 아이는 다양한 놀이를 감각으로 익히는 게 몸에 배어있습니다. 주도적이고 자율적으로 놀면서 자유로움을 만끽해 보기도 하고요. 그런 만큼 스마트폰이 주어져도 심하게 몰입하지 않습니다. 이미 몸으로 겪고 배운 게 있기 때문에 휴대폰을 놓을 힘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미디어에 노출되면 스마트폰 사용을 끊어내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신나는 곳에 가서 놀자고 해도 집에 있겠다고 할 겁니다. 스마트폰보다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탓입니다. 이미 몸은 스마트폰에 반응하도록 만들어져, 시각적 자극을 통한 흥미 위주의 재미만 찾게 되는 겁니다.

다시 한번 말하면 미디어 노출은 늦으면 늦을수록 좋습니다. 여러 심리학자 등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습니다. 일단 접하지 않게 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그럼에도 꼭 필요하다면 아이가 선택을 할 수 있는 '초등학교' 시기는 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건 좋은 거야, 나쁜 거야'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구분할 수 있을 때, 부모와의 협의가 가능할 때 말입니다.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스마트폰에 노출되면 이를 조절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왜 스마트폰 주나' 생각해봐야

아이에게 미디어를 자주 노출시키고 있다면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 등을 보여주는 게 무엇 때문인지 말입니다. 이유는 다양할 겁니다. 아이가 심심할까 걱정이 된다거나 집안일을 하기 위해서, 식당에서 조용히 밥을 먹으려고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경우가 부모의 필요에 의한 일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커서는 자꾸 하지 말라고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미 스마트폰을 접한 아이에게 이를 뺏는 것은 먹는 밥을 가져가는 것과 같습니다. 부모 입장에선 단지 핸드폰이지만 아이 입장에선 자신의 모든 놀잇감이고, 나를 가장 편하게 해 주는 존재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처음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심심할까 봐 스마트폰, 텔레비전 등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면 이렇게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사실 맨땅에서도 잘 놉니다. 놀잇감이 없으니 못 놀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누가 찾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놀이를 찾는 게 아이들입니다.

어른들의 모임에 아이를 동반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오랜 시간 힘들 것 같다, 심심할 것 같다고 미디어를 보여주는 것은 그 안에서 아이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앗아 가는 겁니다. 아이들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접하며 배우게 됩니다. 식당에 있을 때에도 사람들이 밥 먹는 모습, 대화하는 소리와 표정 등 여러 가지를 관찰하고 탐색하며 세상을 알아갑니다.

오감, 육감 세포 하나하나가 열려 있는 영아기는 모든 상황을 흡수합니다. 핸드폰을 주는 것보다 모든 감각을 이용하며 몸으로 배울 기회를 주는 게 아이에게 더 단단한 뿌리를 만들어 주는 겁니다. 상담=오명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장, 취재·글=김지은 기자, 영상=신비비안나 기자

가치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 DB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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