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혁의 건강&생활] 치매 환자 1인칭 시점에서

[박준혁의 건강&생활] 치매 환자 1인칭 시점에서
  • 입력 : 2024. 01.31(수)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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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최근 20년 동안, 치매에 대한 관심이 개인, 사회, 국가적으로 커지면서 치매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인식도 크게 향상되었다. 우리는 치매의 진단, 치료, 관리, 돌봄 측면에서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으며, 모호한 두려움보다는 치매 예방과 치료에도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치매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치매 환자 가족들의 경험도 간접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치매 환자의 입장에서 병을 어떻게 경험하고 적응하는지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는 드물다. 아마도 치매의 특성상 환자 스스로가 병의 초기부터 정확하게 증상과 마음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사회적으로도 환자의 입장에서 병을 이해하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기억하지 못해도 여전히, 나는 나'라는 책은 1인칭 치매 환자의 시점에서 치매 환자의 삶과 생활을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이 책은 엔지니어였던 사토 마사히코가 51세에 알츠하이머형 치매 진단을 받은 후 15년간의 삶의 기록이다. 이 책은 어떻게 치매를 극적으로 극복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다. 대신 저자는 치매와 동행하면서 어떻게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 적응해 가는지를 이야기한다. 사토씨는 치매를 처음 진단받을 때는 깊은 좌절과 무력감을 경험했지만,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를 선택한다.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서 치매로 인해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할 수 있는 일도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매일의 생활을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하고 일상을 최대한 단순화시키며, 불편한 상황을 상황별로 정리하고 해결법을 찾아내려 노력한다. 사토씨는 성가대 활동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찾고, 작은 봉사활동을 통해 아직 세상에 도움이 된다는 기쁨을 느꼈다. '잃어버린 능력을 슬퍼하지 말고, 남아있는 능력에 감사하며 최대한 활용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저자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그 결과 치매 진단받은 지 15년이 지난 현재도 혼자서도 살아가며 치매환자의 마음을 진실로 대변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치매환자 사토씨는 스스로의 삶을 통해서 치매 환자, 가족, 일반 대중에게도 큰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사토씨는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 고민하고 슬퍼하는 대신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하는 것이 치매환자가 살아갈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치매 환자가 할 수 없는 일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치매 환자가 할 수 있는 일과 남아 있는 능력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 치매 환자는 사회의 짐으로만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독립적인 삶을 희망하고, 기억력이 저하되어도 여전히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다양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우리의 이웃이다. 치매 환자들의 삶을 더 애정 있게 살피고, 그들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준혁 제주특별자치도 광역치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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