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호의 문화광장]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와 제주

[홍정호의 문화광장]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와 제주
  • 입력 : 2025. 01.21(화) 02: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파블로 카잘스(1876~1973)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을 세상에 처음 내놓은 음악가였으며 바흐 음악에 최고의 권위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첼리스트다.

그의 연주 보다도 더 세상으로 주목받는 사실이 있다. 스페인의 프랑코 독재 정권 시절, 그는 고국 카탈루냐와 그 문화를 억압하는 폭정에 침묵하지 않았다. 그의 음악은 단순히 아름다운 선율이 아니라, 정의와 자유, 그리고 인류애를 위한 외침이 었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파블로 카잘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파블로 카잘스는 매우 위대한 음악가입니다. 그러나 제가 존경하는 것은 그가 단순히 억압자들뿐만 아니라, 언제나 악과 타협하려는 기회주의자들에게도 확고한 입장을 취했다는 점입니다. 그는 세상이 악을 저지르는 사람들보다, 그것을 용인하거나 조장하는 사람들로 인해 더 큰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했습니다."

카잘스의 이러한 신념은 그의 음악과 일치했다. 그는 첼로 연주를 통해 억압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했으며, 세계가 더 나은 곳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인류의 자유와 평화를 존중하고, 독재자에 항거한 음악가로 높이 평가돼, 1961년에 케네디 대통령은 카잘스를 백악관으로 초대했으며, 1971년 UN의 날에 파블로 카잘스가 평생을 바쳐 추구했던 진실, 아름다움, 평화를 위해 인간으로서 그리고 예술가로서 삶을 바친 그를 위해 UN 평화의 메달을 수여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그가 공연의 마지막곡으로 연주했던 카탈루냐의 민요 'El Cant dels Ocells'(새들의 노래)에 대해 말한다. "이 곡은 카탈루냐 전통 민요를 바탕으로 하며, 자유와 희망, 그리고 평화를 상징합니다." 노년의 그는 힘주어 말한다. "제 고향의 새들은 'Peace(평화), Peace'라고 웁니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나는 카탈루냐인입니다."

카잘스의 첼로 선율은 마치 새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을 연상시키며, 억압과 고난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했다. 그의 연주는 단순한 음악적 표현이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기리는 외침이었다. 그는 자신의 고국에서 벌어진 비극을 'a la mode'(유행에 따라, 현실적으로)라는 단어로 묘사했다. "정치가들의 회피, 도덕적 용기의 배제, 정의의 배제, 연민의 배제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언론과 사회 구성원이 악에 대해 침묵과 동조로 모든 잘못된 것이 가능하고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첼리스트 카잘스는 이러한 현실을 수용하지 않았다. 그는 음악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며, 억압에 저항하는 상징이 됐다.

평화의 섬 제주는 어쩌면 a la mode로 아무 일 없는 평온한 상태의 평화의 섬이 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홍정호 제주아트센터 운영위원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1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