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4·3의 아픔 처음 알린 소설 '순이삼촌'

문학으로 4·3의 아픔 처음 알린 소설 '순이삼촌'
세계기록유산 4·3기록물 중 유일한 문학작품
14년간 금서 등 고난에도 관심 확산 가치 인정
  • 입력 : 2025. 04.13(일) 11:17  수정 : 2025. 04. 14(월) 16:18
  • 박소정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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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국제대학촌 한국관에서 열린 제주 4·3 특별전에 현기영 소설가의 작품 '순이삼촌'의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판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한라일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제주4·3기록물에는 진실규명과 화해의 과정을 담은 1만4673건의 역사적 기록이 담겼다. 이 중에는 유일한 문학작품이 있는데, 바로 4·3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제주 출신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삼촌'이다.

1978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한 '순이삼촌'은 1949년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에서 벌어진 양민 집단학살을 다룬다. 학살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환청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순이삼촌'의 삶을 되짚는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그건 명백한 죄악이었다. 그런데도 그 죄악은 삼십년 동안 여태 단 한번도 고발되어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가 그건 엄두도 안 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당시의 군 지휘관이나 경찰 간부가 아직도 권력 주변에 머문 채 아직 떨어져나가지 않았으리라고 섬사람들은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섣불리 들고나왔다간 빨갱이로 몰릴 것이 두려웠다. 고발할 용기는커녕 합동위령제 한번 떳떳이 지낼 뱃심조차 없었다. 하도 무섭게 당했던 그들인지라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순이삼촌' 본문 중)"

30년여간 은폐된 4·3의 참상과 아픔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해 세상에 처음 알린 이 소설의 파장력은 컸다. 대학가와 지식인들이 4·3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문화계 전반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고난을 겪기도 했다. 금기시됐던 4·3을 소재로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현 작가는 1979년 군 정보기관에 연행돼 심한 고초를 겪었고 '순이삼촌'은 14년간 금서가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순이삼촌'은 4·3을 시대의 한복판으로 끌어올려 국가폭력의 실상을 폭로하고 진상규명의 필요성, 치유와 추모의 당위성을 널리 확산시키는 디딤돌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문학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세계기록유산 4·3기록물에 포함됐다.

현 작가는 과거 '순이삼촌'에 대해 "문학적으로 도저히 4·3을 묘사할 수 없지만 인간의 언어로 어떻게 4·3의 진실에 가깝게 갈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썼다"고 말했었다.

한편 이달 15일까지 프랑스 파리국제대학촌 한국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주4·3국제특별전 '진실과 화해에 관한 기록'에서는 4·3기록물 중 '순이삼촌'을 포함한 핵심 사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현 작가는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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