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열린 지속가능발전 비전 선포식.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민선 8기 오영훈 제주도정 출범 이후 관 주도 행사에 투입하는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재정 여건과 민생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1시간 30분 짜리 관 주도 행사에 수천만원을 쓰는가하면, 행사장에서 종이 비행기 400개를 날리겠다며 예산을 지출한 경우도 있었다.
16일 이남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에 따르면 제주도는 제1회 추경을 통해 본 예산 대비 7.7% 증액한 297억600만원을 행사 운영비로 편성했다.
행사 운영비는 제주도가 직접 개최하는 행사에 투입하는 예산 과목을 말한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행사운영비는 오영훈 도정이 출범한 지난 2022년 200억8700만원에서 이듬해 241억600만원으로 20.0% 증가했다가 역대급 '세수 펑크'(세수 결손)가 발생한 2024년에는 204억1700만원으로 15.3% 감소했다. 그러다 올해 들어서는 1회 추경에 297억600만원이 편성되는 등 한해 사이 45.4% 늘어 300억원에 육박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올해 행사운영비 증가 폭은 47.9%에 달했다.
반면 제주도가 민간단체 행사에 지원하는 예산인 '행사사업보조금'은 2022년 224억9800만원에서 올해 265억6900만원으로 18.1%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런 추세가 반영되다보니 올해에는 제주도 주최 행사 예산이 민간단체 지원 예산을 앞지르는 역전 현상도 벌어졌다.

질의하는 제주자치도의회 이남근 의원.
이날 제주도의회 제437회 임시회 행정자치위원회 추경 심사에서는 제주도가 일회성 행사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남근 의원은 "보여주기식 행사에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경향이 있다"며 그 사례로 지난 2월 열린 '2040 제주도 지속가능발전 비전 선포식'과 지난달 7일 열린 '제주도민대학 명예학위 수여식 및 개강식', 그달 18일 열린 안전문화운동 발대식을 겨냥했다.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지속가능발전 비전 선포식에는 원래 5500만원이 편성됐지만 제주도는 이중 강연료 800만원을 포함해 4000여만원을 지출했다. 또 63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명예학위 수여식에는 4500만원이, 안전문화운동 발대식에는 1300만원이 각각 투입됐다.
이 의원은 "(구체적인 쓰임새를 보면) 행사장 스크린에 띄울 강연자료 제작에 3000만원, 퍼포먼스 영상 제작에 3000만원, 글자 조형물 제작에 230만원, 종이 비행기 400개 제작에 48만원을 썼다"면서 "모두 한 두 시간짜리 행사였다. 종이비행기 날리고, 풍선 터뜨리고 하는데 예산을 쓰는 게 맞느냐"고 지적했다.
또 이 의원은 "행사 참석자들도 대부분 관변단체 인사들"이라며 "민생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보여주기식 행사에 예산을 덜 쓰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쪽에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최명동 기획조정실장은 "도정 정책을 도민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시각적인 효과를 줬다"며 "재정사업평가를 통해 각종 (행사)를 꾸준히 점검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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