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화의 건강&생활] 암환자와 영양

[한치화의 건강&생활] 암환자와 영양
  • 입력 : 2024. 12.11(수) 05: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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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에서는 "암 환자는 전복을 절대 먹으면 안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러면 "다른 지역에서는 없어서 못 먹는 전복인데 왜 그런 이야기가 떠도는지 모르겠다"라고 대답 한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3대 기본 영양소로 에너지(칼로리)를 공급하는 주된 원료이다. 건강한 성인이 몸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몸무게 1㎏마다 약 30㎉가 필요하다. 암의 크기가 최대로 커진 진행암(및 말기암) 환자는 약 1㎏ 크기의 암 덩어리를 갖고 있으며, 이 덩어리는 암의 종류에 따라 하루 200~800㎉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따라서 이러한 환자들은 기본으로 필요한 칼로리에 암 덩어리가 소비하는 칼로리를 더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래서 정상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해야 몸이 손실되지 않고 유지된다.

입과 목 속에 발생하는 두경부암과 음식이 내려가는 식도의 암, 영양분을 흡수하는 소장과 정상 배변에 필요한 대장의 암 환자들은 심한 영양결핍을 겪는다. 여기에 암 수술 때문에 음식을 삼키기가 쉽지 않고,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하는 동안에는 음식섭취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 몸은 구성 성분들인 탄수화물로부터 시작해서 지방과 근육들까지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또한 암이 깊어지면 식욕을 감퇴시키고 몸을 야위게 만드는 카켁신이라는 물질을 암세포들이 분비해서 영양결핍을 더 악화시킨다. 그렇게 진행암과 말기암 환자들은 카켁시아(악액질)라고 하는 야윈 모습을 갖게 된다.

호흡에 관여하는 흉곽 근육들의 감소는 폐렴으로 잘 이어진다. 진행된 폐암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허리의 요추를 둘러싼 근육의 부피와 비례한다는 연구 보고를 통해서 충분한 영양공급과 적절한 운동으로 근육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암세포가 고기와 단 음식을 좋아해서 암 환자들은 이런 음식들을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떠돌지만 의학적인 근거는 없다.

단순히 식욕만 없으면 메제스테롤 같은 식욕 자극제들이 도움이 되고 심한 통증이 식욕감소의 흔한 원인이므로 통증을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음식을 삼키지 못하게 된 환자는 가느다란 도관(레빈 튜브)을 코를 통해 위까지 밀어 넣는 방식이나 작은 수술로 복부의 피부를 통해 특수한 튜브를 위나 소장(공장) 속에 넣어 고정해 놓는 방식으로 액체형태의 영양식품을 공급한다. 이마저 불가능하면 가슴에 중심정맥관을 안정적으로 넣고 고칼로리 영양수액을 연속으로 주입한다.

일단 발생한 영양결핍은 회복이 너무 어려워서 예방이 최선이다. 진행암이나 말기암 일지라도 적극적으로 영양개선을 시키면 삶의 질이 향상되고 암 치료에 따른 부작용의 극복과 생존기간의 연장에 도움이 된다. 영양공급에 대해서는 의사와 영양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나라마다 식품의 종류와 맛이 서로 달라서 우리나라에 맞는 영양식을 마련하는데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한치화 제주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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