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만나는 詩]
  • 입력 : 2010. 06.19(토)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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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미움이

또한 세상살이의

단맛 쓴맛을

죄다 알아버린 사람



그래

虛無에 길 잘든

初老의 음성으로



한 옥타브 낮추어

짚어내오는

倭政末期의 구성진 노랫가락



멍들 대로 멍든

가슴을 후벼 씻는

물결 소리다

바람 소리다.



- 유안진의 '말매미 울음' 전문



이달 하순쯤이 되면 말매미들 울음이 귀청을 울릴 것이다. 그때 삶에 지친 우리는 그 울음을 아름답게 들을 수가 없다. 우선 시끄럽다. 그러나 6-7년 동안 땅속에서 굼벵이로 캄캄한 세월을 살며 매미가 되어 천공을 날아다니며 자유와 사랑을, 그래서 살아있음을, 노래하기를 꿈꿨다. 수매미는 사랑하는 짝을 찾아 온 몸으로 노래한다. 그러나 고작 일주일쯤 살다 죽는다. 매미의 일생은 우리에게 삶에 대해 열정적인 꿈의 세계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시인 유안진은 말매미를 '세상살이를 다 알아버린 사람'으로 의인화해서 만나고, 그 울음은 '虛無에 길 잘든/初老의 음성으로//한 옥타브 낮추어/짚어내오는/ 倭政末期의 구성진 노랫가락'으로 듣는다. 이 '말매미 울음'에는 우리 근대사의 비극적인 세계가 녹아 있다. 이 세상을 살며 '멍들대로 멍든/가슴을 후벼 씻는/물결 소리다/바람 소리다' 하고 절창한다.

어린 시절을 생각하자면 매미를 빼놓을 수 없다. 매미와 그 울음소리에 가슴 뛰던 그리움들. '말매미'는 제주어로 '왕재열'이다. 멀구슬나무에 다닥다닥 붙어 여름날 한 세상을 울어대었다. 그립다. 보고 싶다. 그 어린 날들. <문충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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