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만나는 詩]
  • 입력 : 2010. 07.17(토)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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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 내리는 초여름 저녁 나절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팔십 넘은 남자 노인 한 분

행사장에 참석했다



먹을 것 제대로 얻어먹지 못해

자라지 못한 소년처럼 노인은

왜소한 몸을 사람들 틈에 숨기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사회가 이름을 부르자 노인은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단상에 올라

마이크대를 붙잡고 서서

일갈을 놓았다



요즘 시인들은 너무 흥청거립니다

시도 조심스럽게 조금씩 아껴가면서 쓰고

시집도 아껴가면서 내야 합니다

목소리만은 청년의 그것처럼 우렁찼다



그 노인이 진짜 시인인 것을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

알아보는 이가 별로 많지 않았다



-나태주의 '일갈-김규동 선생' 전문



지난 세기에 생일 선물 따위로 팔리던 시집이 영상 시대를 맞아 안 읽히고, 안 팔리고 있다 한다. 독자를 잃어버린 시대. 이제 시는 멸망할 거라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이 안 읽히고, 안 팔리는 시를 쓰는 시인들은 양산되어 안 읽히는 시 잡지들을 만들고 이 잡지를 통해 양산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인이 많은 것을 탓한다. 아니다. 좋은 시를 쓰는 시인들이 많아지면, 좋은 시집들이 발간되면 독자들은 그걸 안 읽을 수 없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문제는 시인이나 시집이나 함량 미달이라는 낯 뜨거워 지는 질책을 받는다.

세상은 분야별로 가짜들로 넘쳐난다. 이 가짜가 되지 않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이 가짜 되기를 원한다. 그 가짜들의 세상. 그들이 세상을 이끌기도 하니 재미가 없다 한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람들도 있어 민주주의는 인간의 삶을 위한 좋은 제도가 된다.

시인 나태주는 '그 노인이 진짜 시인인 것을/참석한 사람들 가운데/알아보는 이가 별로 많지 않았다'고, 진짜 시인도 분별하지 못하는 세태를 탄식한다.

-<문충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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