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 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ㅡ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신경림의 '갈대' 전문
지난 4월에 어쩌다 서천 갈대밭엘 갔다. 아내와 대전사는 큰 딸네랑 함께 갔다. 갈대밭은 지난해 갈대들이 베여진 채로 있었다. 아직 새싹도 나지 않아 을씨년스러웠다. 그때 찍은 사진 몇 장을 초등학교 다니는 외손녀가 인터넷으로 보내왔다. 한 줄 편지글이 있었다. -외할아버지! 사진 보냅니다! 이선화 올림. 이뿐.
한강이 엷은 흙색을 띄고 흘러갔다. 내가 보고 싶었던 철새 떼도 없고, 새파랗게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들은 다 베어져 누렇게 무더기로 나자빠져 있었다. 걷다보니 시인 신경림의 시 '갈대'가 걸려 있었다. 시의 갈대 이미지는 속으로 흐느껴 우는 갈대들이다. 흔들림과 울음의 이미지가 삶의 깊이 속에 절묘하게 녹아 있다.
어디 속으로 흐느껴 우는 것이 갈대들뿐이랴! 하고 명상에 잠겼는데 그 명상은 오래 가지 못했다. 관광버스가 몰려왔다. 관광객들이 쏟아졌다. 조용하던 갈대 없는 갈대밭이 몹시 시끄러워졌다. 한국어로 떠들어대는 말들을 나는 외국어처럼 알아들을 수 없었다. 걸어 다니는 갈대들은 웃어대고 사진도 찍으며 한동안 갈대밭을 휘저어 놓았다. 한강은 말없이 요요히 흘러가고. < 문충성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