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꿈에
김 아무개
유劉 아무개가 보여서
소식을 알아보니
그 친구들 이미 저 세상 간 친구들이네.
이승과
저승이라
안부 전할 길이 막연하구나.
죽은 사람
더러 꿈에 보이기는 하지만
살아서 다 하지 못한 일
버리고 가면 그만인 일을
혹여
저승 가서도
이승 미련을 못 버려 떠돌고 있기라도 하나.
살아 있으나 죽어나
모두가 다 부질없는 일
청산에 떠가는 한 조각 흰 구름인데.
- 성종화의 '유명幽明' 전문
한 권의 시집을 증정 받고 나는 깜짝 놀랐다. 50여 년 전에 『학원』이라는 중고교학생 잡지에 시를 발표하던 전주고교 학생 시인이던 성종화가 10대에 절필했다. 그는 50년도 더 지나 처녀시집을 발간하고 내게 그 시집을 보내온 것이다. 그는 그때 이미 시인이었다. 외국의 경우 10대에 빼어난 시를 쓴 시인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프랑스만 해도 말라르메, 베를렌, 랭보, 발레리 등이 그들이다. '꽃 지는 마을에 서러운 전설이 진다', '절' 같은 빼어난 시를 쓴 성종화와 오현고에 다니던 나는 문우였다. 편지를 주고받았다. 고교 졸업 후 서로를 잊고 살았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도 절필했기 때문에 서로를 잊었던 것일까? 그런데 요즘 내 낡은 기억의 한 녘을 허물고 고교시절을 그가 깨워낸다.
이 시집에 실려 있는 이 시는 문득 보들레르의 산문시 '이방인'을 생각나게도 한다. '그대는 누구를 가장 사랑하는가?'에 대한 마지막 대귀는 이러하다. '나는 구름들을 사랑하지요.(……) 저 찬란한 구름들!'(졸역). 어쨌거나 인간의 삶이란 70년을 더 살았어도 '허무'하다고, '살아 있으나 죽어나/모두가 다 부질없는 일/청산에 떠가는 한 조각 구름인데.' 하고 노래하는 시인 성종화의 절창은 삶과 죽음을 초월해 있다.
< 문충성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