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의 백록담] 세상에 이런 일이, 공기관들의 기막힌 직원 채용방법

[고대로의 백록담] 세상에 이런 일이, 공기관들의 기막힌 직원 채용방법
  • 입력 : 2023. 12.18(월) 00:00  수정 : 2023. 12. 18(월) 09:4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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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도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그래서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 고향을 등지고 대도시로 향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 안정적인 도내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은 취준생들이 선호하는 직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곳에 입사하기 위해 재수·삼수의 고통까지 감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의 채용과정에서 드러난 부정과 편법은 세밑 취준생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제주자치도감사위원회에서 지난 14일 공개한 도내 지방공공기관 채용실태 특정감사 결과는 이들 기관의 채용이 얼마나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감사 결과 제주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은 채용시험 응시자 3명 중에 소속 직원 1명이 포함돼 있는데도 서류시험 심사위원(2명)을 내부위원으로만 구성했고 위 소속 직원을 포함해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응시자 2명을 서류시험에서 부당하게 합격 처리한 후 면접시험 결과 고득점을 받은 위 소속 직원을 채용했다.

그 수법을 보면 실로 기가막히다. 내부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지원자 2명을 들러리로 세웠다. 또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해 응시자와 특별한 관계 등으로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을 심사위원으로 참여시키고 심사기준과 다르게 부적정하게 이루어진 심사결과를 그대로 반영해 합격자를 결정한 것이다. 채용공고문에 필기전형은 60점 이상 득점한 자 중 고득점자 순으로 채용예정 인원의 3배수를 선발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도 이와 다르게 필기시험에서 60점 미만을 받은 응시자 2명을 포함한 3명을 합격자로 선발한 후 면접시험에서 최고점을 받은 자를 부당하게 채용하는 편법을 자행했다. 이에 감사위원회는 관련자를 문책하도록 요구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로 상처받은 청춘의 마음을 달래기는 어렵게 됐다.

아울러 제주관광공사는 인사 관련 규칙에 면접전형의 합격자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평가점수 확정 방법을 모호하게 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2022년 1월과 9월에 각각 동일한 직종·직급의 직원을 채용하면서 면접전형 단계에서 서로 다른 방법을 적용해 합격자를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위원회는 2019년부터 '공공기관 통합 채용제도'가 운영됨에 따라 채용 비위는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여전히 채용 과정에서 불공정이 되풀이되고 있다.

제주도 산하 지방공기업은 3곳, 출자·출연기관은 14곳이다. 대부분은 제주도의 보조금 지원이 없으면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들 기관의 장은 퇴직 공무원이나 선거공신들이 꿰차고 있다. 이 때문에 이곳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각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여기에 직원 채용과정의 불공정까지 더해지면서 기관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은 더 이상 청년들의 희망을 짓밟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과 실력'이 기준이 되는 공정한 채용문화를 반드시 정착시키고 더 나아가 내년은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개혁의 원년으로 삼아달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고대로 정치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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