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2025년 1월 15일은 역사적인 날이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에 대한 두 번째 체포 시도가 성공했기 때문이다. 내란 우두머리는 법률용어다. 2020년 형법이 개정되면서 '수괴'가 '우두머리'로 바뀌었다. 변경 취지는 대중적 이해를 높이기 위해 한자어 대신 우리말을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군형법 제5조에는 여전히 '수괴'라는 용어가 그대로 실려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이지만 군인 신분이 아니라서 '수괴'가 아닌 '우두머리'로 불리고 있다. 형법상 내란죄가 확정되면 법정형은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밖에 없다.
전두환과 노태우가 일으킨 12·12쿠데타는 군인이 저지른 내란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선포는 친위 쿠데타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들에게는 아쉽겠지만, 이 친위 쿠데타는 실패하는 중이다.
지난 15일 새벽 3시 무렵부터 경찰 기동대 병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 과천에 있는 공수처에서 수사관들을 실은 차량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향해 출발했다. 친위 쿠데타가 일어난 지 43일 만이었다. 이날의 체포 작전을 실황으로 보기 위해 우리 국민만 새벽같이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외신들도 앞다투어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일촉즉발의 이날 아침, 대통령직을 보위하는 경호처 경호관들의 처신은 지혜롭고 용감했다. 그들은 총칼을 들어서라도 피의자 자신을 호위하라는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유혈 충돌을 막아냈다. 경호관들은 이번 체포 작전의 일등공신이었다.
그들에게서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예비검속자에 대한 해병대의 총살명령에 '부당하므로 불이행'이란 항거로 맞섰던, 제주4·3의 의인(義人) 문형순 서장이다. 이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던졌던 역사적 질문도 떠올랐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수많은 거짓말과 궤변을 남겼다. 이날도 여전했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는 체포 전 입장문을 영상으로 남겼다. 그는 이죽거리듯 어색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을 시작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저를 응원하고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것에 대해서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습니다." 적반하장,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말이다.
대통령이 체포돼 관저를 떠나는 순간, 편을 가른 좌우 양쪽에서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기쁨과 승리의 벅찬 함성에 욕설과 함께 분노에 절은 절규가 동시에 뒤섞였다. 아무 규칙도 없이 배열된 소음과 같은 음악, 이해 불가능하고 때로는 듣기에 고통스럽기까지 한 현대음악을 듣는 것 같았다.
1월 19일 새벽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나흘 전의 불협화음이 폭발음으로 변했다. 군홧발이 국회를 짓밟더니 폭도가 법원을 부쉈다. 저 도저한 불협화음 그 너머에 존재할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꿈, 이 땅에선 불가능한가? 내란의 잔불은 꺼지지 않았다. <김양훈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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