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림의 현장시선]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생각하게 하는 것들

[고영림의 현장시선]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생각하게 하는 것들
  • 입력 : 2024. 01.12(금)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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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지난해 11월, 한국 문학 작품이 세계적 권위의 상을 받았다. 소설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제주4·3의 비극을 다룬 이 작품의 프랑스어 제목은 '불가능한 작별'(Impossibles adieux)이다. 프랑스어 제목이 단수형이 아닌 복수형이라 프랑스어권 독자들에게 여러 의미를 전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제주에서 벌어진 일을 소설에 담아내 준 사실에 고맙고 놀라워서 이 뉴스를 찾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된 것들이 적지 않다. 언어로 표현한 예술로 정의되는 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것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작품이 준 기쁨, 위안, 공감, 분노 등이 기억 속에 머물면서 삶의 중요한 순간이나 시기와 연계된다.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마주하는 계기가 되어 관련 주제에 계속 관심을 갖게 되기도 한다. 필자의 개인적 경험으로는 적어도 그러하다.

소설가 한강이 제주4·3을 소재로 선택하여 집필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벌어졌던 일들을 꼼꼼하게 기록한 자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관련 기관과 단체들의 기록물, 다른 예술가들의 예술적 결과물이 없었다면 이 작품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예술이면서 기록이기도 한 문학 작품의 단단한 힘은 이런 자료들에서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치열하게 작업하고 있는 예술가들과 현장 활동가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이 소설의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은 작가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체와 함께 탁월한 번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점에 주목한다면 '제주4·3의 세계화'라는 화두를 풀어가는 효율적인 방법론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입과 손이 아플 정도로 이 화두를 놓고 많은 이들이 고민했고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의 효과가 현실적으로 체감할 만한지를 놓고 본다면 현재 시점에서는 부정적이다. 문학 작품을 포함하여 제주4·3 기록물을 영향력이 큰 외국어들로 번역하여 알리는 작업은 아쉽게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을 제주도지사가 축하했다는 소식은 찾아볼 수 없다. 제주를 이끄는 리더가 예술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예술가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모습까지 기대했으나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이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한국 문학인 중 한 명으로 조명 받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까지 하다.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은 중요하다. 예술 작품을 통해 기억하고 추모하면서 제주4·3을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작업 역시 중요하다. 대중에게 감동과 위로를 주는 예술 즉 문학, 영상예술, 공연예술 등을 위한 예산을 늘리고 그 결과물들의 외국어 번역, 외국 상영과 공연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주도정의 안목을 높일 것을 요구한다. <고영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언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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