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 이도2동의 한 경사로에 주차된 차량들.
[한라일보] 경사로에 주차된 차가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한 '하준이법'이 시행된 지 5년이 넘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이 가운데 최근 제주에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며 도민들을 상대로 경각심이 요구되고 있다.
하준이법은 2017년 경기도의 한 놀이공원 주차장에 세워둔 차가 흘러내리며 당시 4살이던 최하준 군이 목숨을 잃은 사고를 계기로 발의된 '주정차법, 교통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이 2020년 시행됨에 따라 운전자는 경사로에 차량을 세울 시 안전을 위한 고임목을 설치하거나 핸들을 가장자리 방향으로 돌려놓는 등 미끄러짐 방지 조치를 해야한다. 또 주차장 관리자는 미끄러짐 사고 관련 안내문 등을 설치해야한다. 만약 주차장을 설치하려는 자가 이를 어기게 될 경우 6개월 이내 영업정지 또는 300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되며 고임목을 설치하지 않은 운전자는 승용차 기준 4만원의 범칙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시행된지 5년이 지났음에도 이도동, 도남동, 삼도동 등 제주시내 비탈길과 경사로 주차장을 살펴본 결과 해당 법안을 지키는 도민들은 드물었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고임목이나 고임돌을 사용하지 않고 차량을 주·정차했으며, 골목 가장자리를 향해 조향장치를 돌려놓은 차량은 1~2대에 불과했다. 미끄러짐 주의 안내표지와 고정식 고임목이 설치되지 않은 주차장도 발견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 제주지역에서 유사 사고로 부상을 입거나 심지어는 목숨까지 잃는 도민들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18일 제주시 이도2동에서는 50대 남성 A씨가 경사로에서 차를 세우던 중 주차 금지 물통을 치우려다 흘러내린 차량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흉부 통증, 호흡곤란 등을 호소해 병원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3월에는 제주시 일도동의 한 경사로에서 30대 남성 B씨가 주차 후 뒤로 밀리는 차를 막으려다 차량에 깔려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시민 A씨는 "경사로에 차를 세울 때면 불안한 마음에 사이드브레이크만 몇 번이나 확인하고는 했다"면서 "고임목이나 고임돌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하는 법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B씨는 "지난해 경사로 주차와 관련해 홍보 안내판을 보긴 했었던 것 같다"며 "그때는 경사로에 주차할 때 핸들을 돌려놓곤 했었는데 몇 달이 지나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그냥 세웠다"고 했다.
한편, 제주경찰은 지난해 4월 제주시와 합동으로 경사로 차량 미끌림 사고 예방을 위한 홍보 활동을 전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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