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월요논단] 박물관 유물과 식민지주의

[김영호의 월요논단] 박물관 유물과 식민지주의
  • 입력 : 2025. 02.24(월) 00: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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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독일 뮌헨의 한 박물관에서 흥미로운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바이에른 주정부가 운영하는 국립 5대륙박물관(Museum Funf Kontinente)이 마련한 '박물관 유물과 식민지주의'라는 제명의 기획전이다. 유럽의 주요 박물관들은 대개가 제국주의 시대에 생겨난 시설들이며 광대한 식민지에서 무수한 유물들을 약탈해 온 역사를 품고 있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영국의 대영 박물관은 대표적인 식민 제국의 산물들이다.

독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뒤늦게 식민지 쟁탈전에 나선 독일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아프리카,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토를 확보했다. 1862년에 설립된 국립 5대륙박물관은 민족학 분야의 기치를 내걸고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의 유물을 수집했다.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것은 식민주의 권력과 약탈의 역사에 대한 성찰을 지배국이 스스로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식민주의란 한 국가가 다른 지역이나 민족을 정치적 경제적으로 지배하고 착취하는 것을 말한다. 지배 민족의 문화와 가치관을 피지배 민족에게 강요해 온 역사였다. 식민주의는 고대에서부터 존재했지만 15세기 유럽의 대항해 시대 이후 본격화됐고, 19세기에는 제국주의 형태로 더욱 강화됐다. 20세기에 이르면 전 세계가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로 나뉘었다. 식민주의 추진에는 군인, 상인, 학자, 관광객, 선교사들이 망라됐다.

유럽의 박물관은 식민주의의 실천 도장이었다. 수집 유물은 식민지 정복의 전리품이자 열등한 문화의 증거물로 전시됐다. 고대 문명권의 유물의 경우에도 찬란한 과거가 일으킨 주술과 야만의 역사로 대상화됐다. 지배 민족은 식민 지배의 정당성을 위해 피지배 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박물관 전시장 안에 가두고 지배 민족의 문화와 가치관을 은밀히 강요했다.

오늘날 박물관은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이브 미쇼는 박물관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긴다. 이제 박물관은 다양성과 포용성의 공간이자 교육과 학습의 공간이며 문화적 교류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21세기의 박물관이 지향하는 가치가 참여, 소통, 교육, 휴식, 즐거움, 문화 교류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소외된 계층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는 장소로서의 기능도 강조되고 있다.

5대륙 박물관 전시는 독일의 식민지 정책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바이에른의 역사에 대한 반성과 미래를 진정성 있게 보여주고 있다. 이 전시는 유럽 국가와 비유럽 국가들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새로운 가치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일제 식민지에서 탄생하고 성장해 온 우리의 박물관 역사에 미뤄 보면, 이 독일 박물관 전시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촘촘히 숙고해 볼 일이다. <김영호 미술사가·중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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