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근대 계몽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1724~1804)는 철학자 중에서도 건강한 인생을 산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가 극도의 정신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장수하며 지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생활습관 때문이다. 칸트는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먹고, 같은 시간에 잠들었다. 몸에 하루동안 주어지는 시간의 총량을 정확히 입력해 집중할 때와 휴식할 때를 명확히 구분했다.
칸트는 오전 5시에 일어나 차 한잔과 담배 한 대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이후 강의 준비와 집필을 시작해 8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했다. 일이 끝난 오후 1시에는 단골 식당에 가거나 꼭 만나야 되는 지인들과 점심을 먹었고 이후로는 음식을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오후 6시부터 밤 10시 15분까지 책을 읽었다. 사색, 집필, 고민 등은 반드시 잠들기 15분 전에 끝마쳤다. 30년 넘게 스스로 관찰하며 자신의 몸과 철학자라는 직업에 가장 적합한 생활패턴을 찾아 규칙적으로 이어갔다.
영국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도보여행을 즐겼다. 여행지에서도, 혹은 강연을 위해 찾은 낯선 도시에서도, 집에 머물 때도 그의 걷기는 멈추지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마주한 소재들은 그의 내면에서 시로 나오게 됐다. 르네상스 시대 위대한 지성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평생토록 승마를 즐겼고, 격렬한 육체활동은 그의 내면에 잠재된 예술적 창의력을 분출시켰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예술평론가 필립 길버트 해머튼이 쓴 에세이 '지적 생활의 즐거움'은 당대의 학자와 지성인들이 지적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신체를 단련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생활법을 찾아왔는지 보여준다. 칸트를 비롯해 괴테, 니체, 워즈워스, 조르주상드 등 지성을 입증한 이들의 생활이 담겼다. 이를 통해 작가는 "지적 생활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두뇌의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육체적 기반이다"라는 낯선 명제를 던진다.
건강과는 거리가 먼 채로 살아가는 대부분의 지적 노동자들에겐 지적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토대가 신체관리라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지적 생활도 쾌락을 추구한다고 말하며 이에 도달하는 방법은 절제와 계획, 훈련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지적 생활을 위한 훈련은 정답이 없는 만큼 각자의 개성에 따라가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 전한다. 자기 개성에 맞는 훈련을 찾아내고 상황과 자신의 성장속도에 따라 변화를 줘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 같은 조언은 100년이 지났어도 현재 지적인 삶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의 고민에 답을 내놓는다. "기회가 주어져야 노력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한데 이 나이가 되어보니 정말로 간절한 것은 시간과 건강이다. 시간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기회는 쉬지 않고 찾아온다. 찾아오지 않더라도 내가 찾아낼 수 있다." 김욱 편역. 책읽는고양이. 1만7500원. 박소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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