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제주비엔날레... 예술로 잇는 '표류'의 여정

반환점 돈 제주비엔날레... 예술로 잇는 '표류'의 여정
본전시·협력전시에 지난달 31일까지 4만4000여명 발길
2월 16일까지 도내 5곳서 만나는 세계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
  • 입력 : 2025. 01.05(일) 17:25  수정 : 2025. 01. 06(월) 16:31
  • 오은지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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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현대미술관 문화예술 공공수장고에서 만나볼 수 있는 캐나다의‘Artificial Nature' 팀(지하루+그라함 웨이크필드)의 작품 '천 겹의 표류'. 제주비엔날레 사무국 제공

[한라일보] 지난해 11월 닻을 올려 83일간의 항해를 시작한 제4회 제주비엔날레가 여정의 절반을 지나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부침 속 명맥을 이어오는 가운데 새 도약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제주비엔날레가 도민 공감대 속 대중성과 새로운 이슈·담론 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도민과 함께한 미술축제'로 마무리될지 관심이 모인다.

5일 제주비엔날레 사무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6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한 달여 기간 총 4만4474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현대미술관 문화예술 공공수장고, 제주아트플랫폼,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등 5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본전시 '아파기(阿波伎) 표류기: 물과 바람과 별의 길'에 관람객 2만7385명이 다녀갔고,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비엔날레 협력전시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서양미술 400년, 명화로 읽다' 특별전에는 1만7089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다각적인 홍보도 이뤄졌지만, 도립미술관이 전략적으로 모객을 위한 방편으로 기획해 비엔날레와 함께 선보이고 있는 협력전시 명화전이 관람객 유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고 있는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은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폐막하는 오는 2월 16일까지 총 관람객 수가 약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했다. 지난 3회 비엔날레 총 방문객수는 7만여 명이었다.

비엔날레 여정의 반환점을 앞둔 지난 3일엔 주요 참여작가 3팀과 함께 하는 프레스투어가 진행됐다. 이날엔 대만의 현대 사진가 쉔 차오량, 한국화 작가 현덕식, 캐나다 미디어 아티스트 A.N(지하루+그라함 웨이크필드)가 참석해 '표류'를 주제로 한 작품의 창작 배경과 의미를 설명했다.

쉔 차오량은 이번 제주비엔날레에 '드리프팅'이라는 제목으로 총 7점의 사진을 출품했다.

'드리프팅'은 계엄령과 민주화를 겪은 대만 사회를 가시적이고 복합적으로 보여주려는 시도다. 중국의 대만 수복 압박과 이를 바라보는 대만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을 담고 있다.

제주 출신의 회화 작가 현덕식은 '유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녹아 흐르는 섬'이라는 뜻의 이 작품은 '인간은 태어나서 성장하고, 결국에는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철학적 모티브를 바탕으로 한다. 무공(無孔)의 밤바다에 떠 있는 섬을 흑백으로 담아낸 작품은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검은 배경 속에서 얼음이 물로 녹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 3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출품작 '드리프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쉔 차오량 작가. 제주비엔날레 사무국 제공

지난 3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출품작 '유시도'에 대해 설명하는 현덕식 작가. 제주비엔날레 사무국 제공

지난 3일 제주현대미술관 문화예술 공공수장고에서 출품작 '천 겹의 표류'에 대해 설명하는 A.N(지하루+그라함 웨이크필드)팀. 제주비엔날레 사무국 제공



제주현대미술관 문화예술 공공수장고에서는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연구자로 활동하는 팀 A.N의 몰입형 인터랙티브 설치작품 '천 겹의 표류'를 만나볼 수 있다.

움직임에 따라 그래픽 장면들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이 작품은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천 겹의 풍경 속에서 빛과 색의 복잡한 층위가 교차하며 어우러지는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움직일 때마다 주변 그래픽은 물결치듯 변화하며, 이에 따라 관객은 마치 끊임없이 변모하는 세계 속에 표류하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어 관람객의 역할을 단순한 '감상자'에서 능동적인 '참여자'로 확장시킨다.

A.N팀은 제주에서 사전 리서치작업을 거치지 않았지만 캐나다에서 수개월간 원격화상간담을 통해 하드웨어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며 작품 완성도를 높였다.

지하루 작가는 이번 제주비엔날레의 화두인 '표류'에 대해 "필연과 우연의 만남, 또 경계로서의 표류라는데 굉장히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몰입공간에서 하는 작업이 이 주제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 관객들이 표류를 경험할 수 있는, 표류의 세계로 들어올 수 있는 작업을 하자고 생각했고, 작품으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국제 전시회에 참여하고 수상 경력도 있는 A.N팀은 공공수장고를 몰입전시장으로서 높이 평가했다. 공공수장고 전시장은 폭 16m인 공간에 거울이 설치돼 있어 30m가 넘는 공간감을 제공하고, 천장 높이는 약 8m에 달한다. 지하루 작가는 "전 세계적으로 몰입 전시를 많이 하는데, 여기만큼 독특하고 아름다운 몰입 전시장이 많지가 않다"고 했다. 여기엔 몰입형 인터랙티브 설치작품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장비를 갖춘 점도 포함된다.

한편 이번 비엔날레에는 14개국 40팀, 88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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