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예술과 미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며 미의식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된다. 전통적으로 미의 개념은 객관적인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것이지만, 현대에 와서 주관적인 '경험과 감정'이 강조되고 있다.
예술의 미는 반드시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미가 아니다. 예술은 추함, 고통,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비판적 시각에서 사회문제를 제기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현대예술은 전통적 미의 개념을 벗어나 다양성과 개방성을 특징으로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고도의 산업화된 문명사회 속에 살다 보니, 전통의 가치를 등한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전통은 역사와 마찬가지로 가치를 모르면 낡은 것으로 치부돼 과거 속에 갇히게 된다. 현대는 전통의 연장선에 있고, 전통을 회복시키는 것 또한 현대성을 갖추는 데 있는 것이다. 대개 전통예술이 그렇지만, 서예도 전통과 현대의 혁신적 조화 속에서 발전할 수 있다.
오늘날 서예는 전통의 깊이와 현대의 새로움을 어떻게 '융합(融合)'하여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펼쳐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담대한 숙제를 안고 있다. 이는 현대미술로서의 서예의 심미를 확장시키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필자는 이런 관점에서 서예가 두 가지 조건에 반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구심적으로 '전통 서예심미를 현대 심미로 특성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심적으로 '서예의 동시대성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미의식을 구축하는 데 있어 객관적이기보다 주관적 시각에서 미의 개념을 확장해 '특성미'를 갖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청대 비파(碑派)가 오래된 첩파(帖派)의 흐름을 바꾼 것도 우아미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졸박미(拙朴美)를 찾고자 하는 데 있었다. 졸박미는 이후 점차적으로 기(奇), 괴(怪), 추(醜)로 진화되고 민간풍의 키치(kitsch)로 연결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비파를 주창하던 청대 서예가들이 못다한 것을 이미 조선의 추사가 이뤘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후자인 '서예의 동시대성의 회복'은 '전통의 재해석' 즉, 전통적 서예 기법과 정신을 바탕으로 해 어떻게 서예의 현대적인 표현방식을 익히고 미의 영역을 넓히느냐는 데 있다.
이는 현대미술의 다양한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미의 개념을 확장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실천적으로 회화, 조각, 건축, 설치, 디지털 등 타 장르와의 유사성을 찾아 새롭고 다채로운 표현 방법을 구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전술한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됐을 때, 서예술은 동북아 중심의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세계화의 흐름 속에 현대예술로서 새로운 영감을 찾아 예술적 독창성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양상철 융합서예술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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