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미술관에 걸린 그 많은 그림, 다 봐야할까

[이 책] 미술관에 걸린 그 많은 그림, 다 봐야할까
오성주의 『 감상의 심리학』
  • 입력 : 2025. 03.14(금) 03:30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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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미술관에 가면 그림 앞에 멈춘다. 하지만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막막하다. 제목과 설명을 읽어도 어렵고 작품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도 복잡해 그저 미술 감상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최근 펴낸 '감상의 심리학'은 그런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객관적인 그림 감상법'을 전한다.

서울대학교에서 10년 넘게 예술심리학을 강의한 저자는 감상자의 행동을 탐구하는 예술심리학 분야의 흥미로운 실험과 연구 결과를 통해 그림 감상의 요령을 조언한다.

'사람들은 미술관에서 그림을 어떻게 관람할까, 그림을 처음 마주했을 때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이 같은 질 문의 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두 개의 연구를 들여다본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관 중 하나인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독일의 한 작은 미술관에서 연구자들은 그림 6점이 걸린 방에서 관람객들의 감상 행동을 살펴봤다. 사람들이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이 1분이 채 안 됐고, 절반이 넘는 관람객이 10초 이내에 한 번 본 그림에 다시 돌아와 재감상했다. 흥미롭게도 그림을 0.1초만 보고도 사람들은 상당히 많은 특징을 파악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미술관을 짧게 휙 둘러보면서 마음을 끄는 그림들을 기억해 뒀다가 다시 돌아와 그 그림들을 집중적으로 감상하는 전략을 제안한다. 그는 "그림 감상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고려되는 전략적인 행동임을 알게 해준다"며 "사람들은 그림을 힐끗 쳐다만 보아도 그림의 요지, 구성, 내용,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고 어느 정도의 감정도 느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그림을 좀 더 집중적으로 감상할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또 같은 그림을 보면서 어떤 사람은 깊은 감동을 받고 어떤 사람은 무심히 지나치기도 하는데, 각자의 타고난 성격, 삶의 경험, 성별, 연령대, 성격, 사회적·문화적 배경이 감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특히 최근에 등장한 인공지능은 인간의 삶에 이전보다 큰 여유를 가져올 수 있지만 존재의 문제와 권태의 문제는 더 분명해질 것이라고 보면서 저자는 그림 감상을 해결책 중 하나로 내놓는다.

그는 "인공지능이 그림을 창작하고 평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림 앞에 서서 감상하고 있는 감상자의 마음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며 "설령 인공지능이 그림을 감상하고 분석한다고 치더라도 그림 감상 자체는 타인 또는 다른 존재와 절연된 감상자만의 영역인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근대와 현대, 서양과 동양을 아우르는 예술가와 작품의 뒷이야기도 담아냈다. 북하우스. 2만2000원.

박소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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