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유해동물’의 반격… 인간의 모순을 보다

[이 책] ‘유해동물’의 반격… 인간의 모순을 보다
베서니 브룩셔의 『나쁜 동물의 탄생』
  • 입력 : 2025. 02.21(금) 03:00  수정 : 2025. 02. 24(월) 21:53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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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시 절물자연휴양림 바로 아래에는 노루생태관찰원이 있다. 단연 인기는 노루에게 먹이 주기 체험이다. 귀여운 생김새에 오물오물 나뭇잎을 뜯는 모습만으로도 푹 빠져들게 한다.

그런데 그 귀엽던 노루가 내 밭으로 들어온다면 상황은 180도로 달라진다. 제주는 이미 경험했다. 노루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면서 농작물 피해 등이 불거지자 노루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던 때가 있다. 한라산의 '영물'로 불리던 노루가 별안간 포획 신세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노루는 '나쁜 동물'일까. 과학 저널리스트 베서니 브룩셔의 '나쁜 동물의 탄생'(김명남 옮김)은 "결국 관점의 문제"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어제 사랑받던 동물이 오늘 미움을 받는가 하면, 오늘 경멸당하던 동물이 내일 감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사례가 가득하다. '역병 같은 쥐', '비둘기 똥', '골치 아픈 고양이' 등 모두 11장을 따라 동물에 대한 인간의 공포와 혐오,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시각을 짚으며 인간의 모순적인 관점을 탐구한다.

저자에게 영감을 준 것은 '케빈'이었다. 케빈은 동부회색청설모다. 저자의 집 앞 우아한 단풍나무에 산다는 케빈은 그에겐 "철천지원수"다. 정원의 초록 토마토가 빨갛게 익기도 전에 모두 크게 한입씩만 배어물고는 썩게 하는 존재여서다. 대학 캠퍼스를 조르르 누비는 청설모는 귀여움의 대상이지만, 내 정원을 침범한 이상 더는 그럴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케빈은 '나쁜 동물'일까.

"청설모의 지위는 그들이 하는 짓에 달려 있지 않다. 그들은 그저 청설모로서 최선의 삶을 살려고 애쓸 뿐이다. 청설모가 귀여운가 저주스러운가 하는 것은 우리가 그들을 보는 시각에 달려 있다."(책 서문 중)

케빈으로 시작된 궁금증은 저자에게 역사, 과학, 종교를 파게 했다. 심지어 쥐 둥지까지 팠다. 과학자와 역사학자, 야생동물 관리자 등은 물론 전혀 다른 전통에서 자란 원주민을 만나고 유해동물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한밤 중에 비단뱀을 사냥하고, 비둘기를 먹어 보고, 길고양이도 길들여 봤다. 이런 취재와 추적은 왜 우리가 어떤 동물은 끔찍하게 미워하면서도, 또 다른 동물은 해를 끼침에도 사랑하는지에 대한 대답에 다가서게 한다.

그 끝에 자연스레 따라붙는 것은 '비인간 이웃들'과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다. 저자는 책 서문에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나처럼 경멸 대신 존경을 품게 된다면 좋겠다"며 "유해동물은 자연이 우리를 못살게 군다는 증거가 아니라 자연이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는 증거"라고 썼다. 북트리거. 508쪽. 2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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