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승희의 목요담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왜 실패하는가?

[좌승희의 목요담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왜 실패하는가?
  • 입력 : 2025. 03.06(목) 02: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경제학은 시장경제를 해야 경제가 번영한다고 가르치지만, 구체적으로 시장이 어떻게 작동해 경제를 발전시키는지는 아직도 잘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는 전통시장이나 슈퍼나 복잡한 금융, 무역 등 상거래시장과 노동 등 인적 자원시장을 이용한다. 우리가 시장에서 거래하는 모든 행위는 내 맘에 드는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개인이나 기업만 '돈으로 투표해서' 차별적으로 우대하는 선택행위이다. 수요자의 선택을 받은 공급자는 성장하고 선택받지 못한 공급자는 탈락하게 된다. 시장은 이런 차별적 선택을 통해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하는 장치이다.

그래서 좋은 재화를 공급하는 회사는 매출을 올려 대기업으로 성장한다. 은행은 돈을 잘 벌어 신용이 좋은 사람과 기업에만 대출하고, 주식투자자들은 성과 좋은 기업에만 투자하고, 좋은 기업은 좋은 인재만 찾고 또 좋은 인재는 좋은 기업만 찾는다. 그래서 시장은 성과가 좋은 개인과 기업만을 선택한다. 필자는 이를 시장의 '성과에 따른 경제적 차별화 기능'이라 부른다. 이 기능은 한 손에 돈뭉치를 들고, 열심히 해 좋은 성과를 내면 부자가 될 수 있지만, 아니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위협하는 셈이다. 바로 이러한 시장의 인센티브 장치가 모든 개인과 기업을 동기부여 해 너도나도 성공 경쟁에 몰입하게 만든다. 시장은 경제주체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지만 항상 좋은 성과에는 성공을 안겨줌으로써, '버린다 하고 모두를 살려내는 동기부여 장치'이다. 경제발전은 이런 시장의 차별적 선택과 동기부여 기능 때문에 가능하다. 한국도 우수한 새마을과 기업에 대한 차별적 지원정책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그러나 시장은 결코 모두가 경제적으로 평등한 세상을 보장하지 않는다. 잘잘못이 가려지지 않는 시장은 동기부여 기능을 상실하고 경제발전도 멈춘다. 그래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모두 동반 성장하지만 같아질 수 없는 세상이다. 이 이치를 무시하고 시장의 선택기능을 제거하고 경제적으로 평등한 사회를 추구했던 사회주의는 모두 망했다. 북한의 실패도 그러하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내걸고 평등을 외치고 약자를 돕겠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시장에만 가면 좋은 상품만 찾기 때문에 약자보다도 강자만을 돕는다. 인간은 이 선택본능을 벗어날 수 없다. 일반 국민도 시장에서는 본능적으로 차별적 선택을 하면서 그 결과인 차등은 싫어한다. 당선을 위해 국민의 표를 노리는 정치인들과 차등을 싫어하는 국민의 이기심이 결탁해 민주주의는 결국 시장의 차별화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제도와 정책을 양산한다. 결과는, 국민의 일할 동기와 자조·자립정신이 사라지고, 성장과 분배가 모두 악화된다. 이젠 시장에서의 노력이 아니라 정치권력을 통한 부의 쟁탈전이 벌어지고 정치·사회적 갈등이 심화된다. 오늘날 한국 등 전 세계의 저성장, 양극화, 민주주의의 실패 현상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좌승희 아주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경제학박사>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3 개)
이         름 이   메   일
160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