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근의 월요논단] 북극항로와 제주

[김의근의 월요논단] 북극항로와 제주
  • 입력 : 2024. 12.30(월) 03: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새해 첫날 이른 아침. 아시아 각지에서 온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이 제주신항으로 속속 입항하고 있다. 부두엔 환적 화물이 가득하다. 첨단 IT 기술이 접목된 무인 장비가 쉴 틈도 없이 화물을 내리고 싣고를 반복한다. 동북아 해상물류 허브항이 된 제주신항이 새로운 부를 창출하고 있었다.'

필자가 상상한 2040년 제주신항 풍경이다. 애초엔 아시아 크루즈 허브항을 목표로 2035년 완공될 예정이지만, 새로운 선물도 안겨줄 것이라는 예상이다. 아시아 1위 환적항이다. 환적항은 선박에서 화물을 하역한 후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는 항만을 말한다.

필자의 상상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역설적으로 기후변화 덕분이었다. 기후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상당 부분 녹은 2030년부터는 북극항로가 연중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동북아를 비롯한 아시아 해상물류가 북극항로를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해운의 최단 거리로 기존 수에즈 운하를 통한 적도 항로보다 거리가 30∼40% 단축된다.

한국에서 건조된 북극항로 맞춤형 친환경 컨테이너선이 제주신항을 중심으로 유럽과 미주를 오가게 되면 제주는 싱가포르에 버금가는 환적물류항으로 발전할 수 있다. 15년 후를 상상하면서, 기대해 본다.

국내 항만도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북극항로 허브항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얼마 전 포항시는 '북극항로 거점항만 포럼'을 개최했고,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도 '2024 북극항로 토론회'를 열었다. 또 해양수산부는 '북극항로 국제세미나'를 13회째 개최하면서 북극항로 현실화에 따른 다양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국회의원 시절인 2019년,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공동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한반도 신 경제지도와 제주 해양물류 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북극항로가 열리면 동북아 중심 물류 환적항이 될 제주의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당시 KMI 발표에 따르면 제주와 유사한 해양 입지를 가지고 있는 국제 환적항으로 몰타(Malta)공화국과 바하마의 수도인 나소(Nassau)가 사례로 언급되기도 했다.

기후변화는 가슴 아픈 위기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제주는 지정학적 이점과 추진 중인 신항만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면 국제 해운물류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 향후 제주는 아시아와 북극, 유럽을 잇는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 지금부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 2002년 제주에 첫 크루즈가 기항하고 14년 후인 2016년에 아시아 1위 크루즈 기항지로 부상했다. 꿈을 더 크게 키우자. 북극항로 연중 운항으로 제주가 국제 해운물류에서도 아시아 1위의 환적항을 바라는 것은 나만의 꿈이 아닐 것이다. 제주의 꿈이다.

내년 첫 운항하는 중국 칭다오와 제주 간 화물선 운항이 그 신호탄이길 꿈꿔본다. <김의근 제주국제대학교 교수>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95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