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얼마 전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중앙 언론들을 통해 보도됐다. '제주관광이 해외여행보다 비싸다'는 세간의 인식을 분석한 내용이다.
기사는 여행리서치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가 내놓은 '월간 국내·해외 여행동향 보고'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8%가 "'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다"고 답했다. 또 83%는 "제주도 갈 돈으로 일본 여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말에 공감한다"는 반응도 70%를 넘었다.
3박4일 일정의 여행비용 예상액은 제주도가 86만원, 일본은 110만2000원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제주도·일본 여행의 평균 지출규모는 각각 52만8000원, 113만6000원이었다. 일본이 제주도 여행보다 2.15배 비싼 셈이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1~10월 사이 두 지역 여행자의 평균 지출액을 조사한 결과다. 일본은 인식 여행 경비와 실제 여행 경비의 차이가 0.97배(-3만4000원)로 거의 일치했다. 반면 제주도는 두 비용의 차이가 1.63배(+33만2000원)로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제주여행을 고비용 구조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방증이다.
올해 제주관광객은 당초 목표인 1400만명에 이르지 못할 전망이다. 지난 24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353만명(잠정치)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11명에 비해 3.1% 증가했다. 이 가운데 내국인은 1165만명으로, 지난해 1243만명에 비해 6.2%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그나마 크루즈를 중심으로 외국인관광객이 늘면서 체면을 지킬 수 있었다.
제주관광의 위기는 바가지·불친절·고비용 등 부정적 인식의 확산에서 기인한다. '비계 삼겹살' '용두암 해산물' '해수욕장 파라솔' 등 악재까지 겹치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 여행환경의 변화로 국내외에 수많은 경쟁지역이 등장·발전한 것도 한 몫을 한다. 최근엔 MZ세대들이 '가심비'를 좇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중국의 무비자에 이어 우리 정부가 무비자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까지 알려지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심각한 상황과는 달리 대책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제주관광의 매력을 높이고, 맞춤형 프로그램들을 신설·운영하겠다고 한다. 관광객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불편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하는 방안도 내놨다. 새로운 것을 꼽으라면 MZ세대들을 위한 디지털전략 정도이다.
국민들의 인식과는 상당한 괴리가 느껴진다. 위기를 바로 보고 적확한 대처 방안을 찾아 가야 한다. 바가지·불친절과 함께 제주관광이 비싸다는 인식이 사그라들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각지대에 숨어 있는 바가지·고비용구조를 없애야 한다. 제주관광을 제대로 알리고, 부정적 인식은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홍보 전략을 다듬고 강화해야 한다. 더불어 제주관광의 질적 개선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도 필요하다. 엄중한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처가 없이는 위기의 제주관광을 되살릴 수 없다. <현영종 행정사회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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