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도전의 문턱에서 한 걸음을 내디뎌 용기 있게 나아가는 청년들이 있다. 꿈을 향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 그들.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청년 창업가의 이야기도 함께 소개한다.
미래의 카페 사장님, 김조성 씨 "알 수 없는 인생, 마음이 시키는 대로"
제주시 함덕해수욕장의 대표 카페 '델문도'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조성(30) 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커피를 내리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제주대학교 문화조형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조성 씨의 첫 직장은 서울 소재의 IT(정보통신)기업이었다.
"입사 후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내가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뭐였는지를 고민했고 그렇게 찾은 게 '커피'였죠"
조성 씨는 이제 자기만의 카페를 꿈꾸며 망설임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2024년에 고향 제주도로 돌아왔다. 주변 반응은 어땠냐는 질문에 "역시 걱정이 많았죠. 얘가 이제 뭐 먹고살 거냐는 말도 자주 들었고요. 근데 그건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주변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조성 씨였지만 조급함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이제 곧 서른이고 주위를 보면 안정된 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나는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마 지금의 조급함은 앞으로도 한동안은 계속될 테지만 그럼에도 자기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창업을 위해 지금은 카페에서 일하며 커피에 대해 배우고 있는 조성 씨는 "직장생활보다는 육체적으로 힘들고 돈도 적게 벌지만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카페에서 일을 하면서 단순히 커피를 내리는 것뿐만 아니라 카페 운영 전반에 대해 배우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성 씨는 "하고 싶은 일은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뭐든지 해보세요"라고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청년들에게 응원의 말을 남겼다.
오소범기자 sobom@ihalla.com
미래의 게임 제작자, 양종현 씨 "내 마지막 날 후회하지 않기를"
공공기관 계약직으로 일하던 양종현 씨는 다니던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앞두고 큰 고민에 빠졌었다. 현실적인 문제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종현 씨의 꿈은 어릴 적부터 '게임 개발자' 하나였다.
종현 씨는 "그때까지도 일을 하면서 게임 만들기는 부업으로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직접 일을 하면서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걸 느꼈다. 그렇다고 무작정 회사를 나올 수도 없었다. 2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기에 꿈을 선택하고 직장을 포기하는 건 더욱 힘든 일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민을 이어가던 종현 씨는 문득 "내가 늙어서 죽을 때 정직원이 되지 못한 것이 떠오를까, 아니면 내 꿈을 못 이룬 것이 아쉬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생이 조금 고달프고 힘들더라도 후회 없이 살아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직장을 나와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독학으로 게임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고 빨리 성과를 내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항상 따라왔다.
종현 씨는 그렇게 지치고 힘들 때면 한 게임 행사 심사위원에게 들었던 "제작자 님에게 엄청난 가능성이 보입니다. 끝까지 게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평가를 떠올린다고 했다. 다시 한번 평가를 받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종현 씨는 "경제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너무나 하고 싶었던 일이기에 마음만은 어느 때보다 편안하다. 확실한 목표가 있으니 삶이 활기로 넘치고 하루하루가 즐겁다"며 인생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도전을 망설이지 말 것을 조언했다.
오소범기자 sobom@ihalla.com
'로칼로우' 박미수 대표 "도전은 멋진 일… 꿋꿋하게 나아가길"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대학 졸업 후 조리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학생들의 진로 상담을 도와주던 과정에서 품게 된 이 질문은 새로운 시작점이 됐다. 4년간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은 보람차고 즐거웠지만,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이 물음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결국,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기로 결심했다. 많은 사람이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한식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고 꿈을 이루기 위한 창업의 여정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지난해 6월 제주에서 저당고추장을 개발하는 1인 기업 '로칼로우'를 창업한 박미수(사진) 대표의 이야기다.
새로운 도전과 낯선 길을 걸어가야 하는 막연한 두려움 속에서 박 대표는 '혼자라는 무게'도 견뎌야 했다. 모든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하는 수많은 순간과 맞서는 일은 쉽지 않았고, 길어지는 레시피 테스트에 답답함만 쌓여갔다. 그럴때마다 "조급해 하지 말고 차근차근 해나가도 괜찮다"는 어머니의 격려가 큰 위로와 힘이 됐다.
"되돌아보면 실패든 성취든 모든 경험은 도전을 했기에 얻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는 박 대표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인 청년들에게 "도전을 결심한 것도, 결심 이후에 충실히 이행하는 것도 너무 멋진 일이니 두려워하지 말고 힘들어도 계속 꿋꿋하게 나아가면 좋겠다"는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슬리핑라이언’ 이용원 대표 "자신만의 길 찾기, 속도보다 방향 중요"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어렴풋이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기까지 2년이 걸렸으니 고민이 꽤 깊었다. 7년간 이어온 국가환경교육센터 업무에 마침표를 찍고 2016년 제주로 왔지만, 본격적인 창업 준비는 3년 정도 후에야 시작됐다.
2020년 설립된 '슬리핑라이언 주식회사'는 자연 속 생명의 소리를 기록하고 오롯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사업을 한다. 이용원(사진) 대표는 "우리는 자연이 주는 치유와 평온의 메시지를 잊고 산다"며 "사람들이 사운드스케이프(소리(Sound)로 느끼는 환경이나 풍경(Landscape))를 통해 자연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창업은 했지만 초기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3년 동안 수익이 없어 대출로 급여를 충당해야 했고, 재무구조 안정화가 시급했다. 이를 위해 모든 지원사업을 중단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는데 집중했다. 전략을 재정비한 결과 점차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도전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같은 출발선에 서 있더라도 모두가 똑같은 방향을 향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360도로 열려 있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을 걸어갈 때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더 중요하다"며 "천천히라도 자신만의 비전을 따라가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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